반도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반도체 뉴스에는 “전공정”, “후공정”, “식각”, “증착” 같은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 용어들은 전부 반도체 8대 공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8대 공정만 이해하면 반도체 기사가 훨씬 쉽게 읽히고, 어떤 소부장 기업이 어느 단계에서 돈을 버는지도 보입니다. 오늘은 이 과정을 요리하듯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큰 그림부터 잡으면, 반도체 만들기는 두 단계입니다. 동그란 실리콘 판(웨이퍼) 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1~6번), 그리고 완성된 회로를 잘라서 검사하고 포장하는 후공정(7~8번)입니다.
1. 웨이퍼 제조 — 도화지 만들기
모든 것의 시작은 모래입니다. 모래에서 뽑아낸 실리콘을 녹여 원기둥 모양의 잉곳(ingot)으로 만들고, 이것을 소시지 썰듯 얇게 잘라낸 원판이 웨이퍼입니다. 반도체라는 그림을 그릴 도화지인 셈입니다. 도화지가 매끈해야 그림이 잘 그려지듯, 웨이퍼 표면은 거울처럼 연마합니다.
2. 산화 — 도화지에 보호막 입히기
웨이퍼를 800~1,200도의 고온에서 산소와 반응시켜 표면에 얇은 산화막(SiO₂)을 입힙니다. 이 막은 회로 사이에 전기가 새지 않게 막아주는 절연막이자, 이후 공정에서 웨이퍼를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3. 포토(노광) — 빛으로 밑그림 그리기
8대 공정의 꽃입니다. 웨이퍼에 빛에 반응하는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을 바르고, 회로 도면이 새겨진 마스크를 올린 뒤 빛을 쏩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 빛을 받은 부분과 안 받은 부분이 구분되면서 웨이퍼에 회로 밑그림이 새겨집니다.
회로가 미세할수록 더 짧은 파장의 빛이 필요한데, 최첨단 공정에 쓰이는 것이 EUV(극자외선) 노광입니다. 이 EUV 장비를 전 세계에서 네덜란드 ASML 한 곳만 만들 수 있어서 “슈퍼 을”이라 불립니다. 감광액은 동진쎄미켐 같은 소재 기업이 공급합니다.
4. 식각 — 필요 없는 부분 깎아내기
밑그림대로 조각하는 단계입니다. 화학약품(습식)이나 가스(건식)로 밑그림 이외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면, 밑그림이 실제 입체 회로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판화를 만들 때 잉크가 묻을 부분만 남기고 파내는 것과 같습니다. 식각액은 솔브레인 같은 기업이 공급합니다.
5. 증착·이온주입 — 얇은 막을 쌓고 성질 불어넣기
증착은 웨이퍼 위에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만분의 1 수준의 얇은 막(박막)을 입히는 공정입니다. 회로를 여러 층으로 쌓기 위해 필요합니다.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유진테크가 이 증착 장비를 만드는 대표 기업입니다.
이온주입은 순수한 실리콘에 인, 붕소 같은 불순물을 쏘아 넣어 전기가 통하는 반도체의 성질을 갖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반도체가 ‘반쯤 도체’가 되는 순간입니다.
6. 금속 배선 — 전기가 다닐 길 놓기
완성된 회로 소자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려면 전선이 필요합니다. 알루미늄, 구리 같은 금속으로 회로 사이를 연결하는 전기 길을 놓는 공정입니다. 도시로 치면 건물(소자)을 다 지은 뒤 도로(배선)를 까는 단계입니다. 여기까지가 전공정입니다.
7. 테스트(EDS) — 불량품 골라내기
웨이퍼 위에 새겨진 수백 개의 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기 신호를 넣어 검사합니다. 이때 칩에 신호를 전달하는 테스트 핀·소켓을 만드는 회사가 리노공업, ISC입니다. 불량 칩은 표시해두고 다음 단계로 넘기지 않습니다.
8. 패키징 — 자르고 포장해서 완성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잘라낸 뒤, 외부 충격과 습기로부터 보호하는 포장을 입히고 전자기기와 연결될 단자를 답니다. 이 후공정이 요즘 가장 뜨거운 분야입니다. 회로를 더 작게 만드는 미세화가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칩을 잘 쌓고 잘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이 성능 경쟁의 새 승부처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전 글에서 다룬 HBM이 대표적입니다. D램을 12층으로 쌓아 붙이는 것 자체가 패키징 기술이고, 그 접합 장비인 TC본더를 만드는 한미반도체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정리: 뉴스가 다르게 보인다
이제 “EUV 도입”, “식각 장비 수주”, “첨단 패키징 투자” 같은 기사가 어느 단계 이야기인지 보이실 겁니다. 투자 관점에서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8대 공정의 단계마다 그 공정을 책임지는 소부장 기업이 있고,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늘면 해당 공정 기업들의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각 공정별 대표 기업이 궁금하시다면 이전 글 [반도체 소부장이란? 대표 기업 한눈에 정리]를 함께 읽어보세요.
참고자료 : 링커리어
자주 묻는 질문
Q.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전공정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과정 전체를 말합니다. 웨이퍼 제조부터 시작해 산화, 포토(노광), 식각, 증착·이온주입, 금속 배선까지 6단계가 여기에 해당하죠. 후공정은 완성된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잘라 불량을 검사하고 포장하는 단계, 즉 테스트(EDS)와 패키징입니다. 최근에는 칩을 여러 층으로 쌓는 첨단 패키징이 성능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후공정의 중요성이 전공정 못지않게 커졌습니다.
Q. EUV 노광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A. 반도체 회로는 좁을수록 더 많은 기능을 작은 면적에 담을 수 있습니다. 회로를 좁게 새기려면 더 짧은 파장의 빛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EUV(극자외선)입니다. 문제는 이 EUV 노광 장비를 전 세계에서 네덜란드 ASML 단 한 곳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나 TSMC 같은 회사도 ASML 없이는 최첨단 칩을 만들 수 없어서, ASML이 반도체 산업의 ‘슈퍼 을’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HBM이 패키징 기술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A.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D램 칩을 12층 이상으로 수직으로 쌓아 붙인 구조입니다. 이 ‘쌓기’ 자체가 첨단 패키징 기술의 산물입니다. 칩들을 미세하게 정렬해 열로 접합하는 TC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 장비가 핵심인데, 한미반도체가 이 장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입니다. 결국 HBM 수요가 늘수록 첨단 패키징 장비 기업의 실적도 함께 오르는 구조입니다.
Q. 소부장 기업이란 무엇이고, 반도체 공정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소부장은 소재·부품·장비의 줄임말입니다. 반도체 공정의 각 단계에는 그 공정만을 위한 전문 기업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토 공정의 감광액은 동진쎄미켐, 식각액은 솔브레인, 증착 장비는 원익IPS·주성엔지니어링·유진테크, 테스트 소켓은 리노공업·ISC 같은 식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생산 투자를 늘리면, 해당 공정을 담당하는 소부장 기업들의 수주와 실적이 연쇄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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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